
출처:채널A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을 이유로 한국산 주요 수출품 관세를 다시 25%로 인상하겠다고 전격 선언하면서, 국내 정치권이 거센 공방전에 휘말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도적 지연이 아니다”며 조속한 처리를 약속한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의 외교적 무능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정치적 참사”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한국 입법부가 역사적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양국이 합의했던 주요 품목의 관세를 기존 15%에서 다시 25%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불과 두 달 전 양국 정상이 합의한 한미 무역 협정을 사실상 원점으로 돌리는 셈으로, 국내 정치권은 즉각 후폭풍에 휩싸였다.
정부와 여당은 27일 오전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고 진화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미국 측의 조치가 실제 행정명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했으며, 정치권에서도 ‘대미 전략투자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법안 처리를 고의로 늦춘 것이 아니다”며 “야당과의 협의가 길어지며 일정이 지연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는 2월 임시국회에 특별법을 최우선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를 추진하겠다”며 “한국의 이행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미국 측에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를 ‘정치적 압박’으로 규정하며, 국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단기간 내 법안 처리를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한 여당 핵심 관계자는 “외교적 신뢰 문제로 비화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야당도 국가경제 차원에서 협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정부의 외교적 무능이 초래한 참사’로 규정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자화자찬하던 한미 무역 합의가 얼마나 불안정한 구조였는지 이번 사건이 여실히 보여준다”고 직격했다.
그는 “국회 승인 절차를 경시한 채 독단적으로 추진한 정부의 외교적 패착”이라며, “제대로 된 협의 채널이 있었다면 이런 기습 발표가 나올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은 관련 상임위 소집과 긴급 현안질의를 요구하며 정부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하고 있다. 청문회 수준의 비공개 보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당내에서 커지고 있다.
야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는 계속 ‘정상 간 신뢰’를 강조했지만, 신뢰만으로 무역 리스크는 방지할 수 없다”며 “국민은 외교의 성과가 아니라 결과를 묻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적 원인은 양국 정상이 지난해 7월과 10월 합의한 ‘무역협정 후속 입법’이 국회에서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대미 전략투자 특별법은 국내 기업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에 대해 세제·금융 지원을 허용하는 근거 법안으로, 미국 측은 이를 관세 인하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다.
미국이 ‘약속 미이행’을 명분으로 다시 관세를 올리자, 법안 지연의 정치적 책임을 둘러싸고 여야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갈린 것이다. 여당은 “협상 조건이 법제화 전에 이미 적용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신중히 검토했다”고 설명하는 반면, 야당은 “한미 합의를 법적 장치 없이 먼저 발표한 것이 근본 실책”이라고 지적한다.
청와대는 “현재 미국 정부의 공식 행정명령 발동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곧 워싱턴에 파견해 미 상무부·무역대표부(USTR)와 직접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가 2월 임시국회를 겨냥한 고강도 압박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법안의 신속한 처리가 한미 경제 협력의 향방은 물론, 향후 한미 FTA 재조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당은 “2월 내 통과”를 장담하고 있지만, 세제·보조금 조항을 둘러싼 당내 이견이 여전해 실제 가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야당은 정부의 책임 규명 없이는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정치적 공방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 충격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사태는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책임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라며 “2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진짜 관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