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시장 전망보다 완화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12월 들어 소비자들의 경기 인식이 개선된 것으로 조사돼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은 지난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8% 상승했다고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역시 2.8%로 집계되며 시장 예상치(2.9%)를 다소 밑돌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2%로 시장 전망과 일치했다.
헤드라인 PCE 물가 또한 전월 대비 0.3% 상승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인플레이션 압력은 전반적으로 안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써 연준이 중시하는 근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이후 가장 낮은 흐름을 보이며, 통화정책 완화 여지를 넓혔다.
이번 발표는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로 통계 보고가 미뤄진 끝에 공개됐다. 특히 9월 PCE 수치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공개되는 마지막 공식 물가 지표로, 시장의 시선이 집중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을 90% 이상 반영하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완화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우세한 셈이다.
다만 연준 내부에서는 향후 금리 경로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완화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인사들은 경기 진정과 고용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지적하며 정책 신중론을 내세운다.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지만, 일부 민간 통계에서는 해고 증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미 노동부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오히려 감소해 노동시장의 불균형이 여전함을 시사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 여부보다 내년 통화정책 방향에 주목한다.
크리스 자카렐리 노스라이트애셋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회의의 초점은 단순한 인하 결정이 아니라, 제롬 파월 의장이 제시할 내년 금리경로 전망이 될 것”이라며 “시장 기대와 연준의 언어가 얼마나 일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BNY 인베스트먼츠의 빈센트 라인하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완화된 물가 흐름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고착화 위험은 여전하다”며 “내년에는 한두 차례 수준의 제한적 인하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9월 세부 항목을 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정책 여파로 상품 가격이 전월 대비 0.5% 급등한 반면 서비스 가격은 0.2% 오르는 데 그쳤다. 식품과 에너지 부문도 각각 0.4%, 1.7% 상승했다. 개인소득은 전월보다 0.4%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소비지출은 0.3% 늘어 증가세가 둔화했다. 저축률은 4.7%로 전월과 동일해 소비심리가 여전히 보수적임을 보여준다.
경제학계에서는 상품 가격이 관세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향후 무역정책 변화가 인플레이션 흐름을 좌우할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편 12월 초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53.3으로 11월보다 4.5% 상승했다. 정부 셧다운 종료와 인플레 둔화 기대가 소비자 인식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단기(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1%, 장기(5년) 기대치는 3.2%로 모두 올해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여전히 코로나 이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완전한 안정 국면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조안 슈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책임자는 “소비자들은 올해 봄의 관세 충격에도 물가가 급등하지 않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생활비 부담이 여전히 높아 낙관론이 전면에 나서기엔 이르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엘리자 윙어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심리는 셧다운 종료 효과로 일시적으로 개선됐지만, 고용 불안과 물가 수준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시장은 오는 FOMC 회의에서 공개될 연준의 분기 경제전망(SEP)에 주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중기적 물가 불안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계 안팎에서는 이번 회의가 단기적 금리 인하 결정보다 중장기 통화정책 로드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연준이 ‘연착륙’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얼마나 균형있게 수행할지, 파월 의장의 메시지가 그 방향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