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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뉴스 김태훈 기자 |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운이 감도는 일촉즉발의 대외 환경 속에서도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유례없는 ‘퀀텀 점프’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6,000조 원 고지를 선점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은 반도체 대형주들이 증시의 체급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면서, 한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증시 8위권의 거대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27일 오전,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은 거침없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합산 시가총액 6,047조 936억 원이라는 역사적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유가증권시장 저점 당시 시가총액이 2,210조 원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시장의 규모가 2.7배나 커진 셈이다.
올해 초 4,000조 원을 돌파한 이후 2월에 5,000조 원을 넘어섰고, 다시 두 달여 만에 6,000조 원의 벽을 깨뜨리는 등 시가총액 증가의 가팔라지는 속도는 시장 참여자들조차 경탄하게 만들었다. 코스피 지수 역시 이날 장 중 6,603.01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어갔다.
이번 상승장의 엔진은 단연 반도체 투톱이다. 삼성전자는 22만 원대를 공고히 다졌고, SK하이닉스는 4.83% 급등하며 128만 원 선을 돌파해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요 종목이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8.7%에 달한다.
뉴욕증시에서 시작된 반도체 중심의 기술주 강세가 국내 시장으로 고스란히 전이되면서,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이른바 ‘구조적 산업 변화’가 한국 증시의 기초 체력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2020년 팬데믹 이후의 비대면 수요 폭발 시기보다 현재의 업황 개선 속도가 더욱 강력하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편중 현상에 대한 우려와 낙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반도체 업황의 흐름이 조금만 둔화되어도 증시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실질적인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는 반도체 외 업종에서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들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과거 전체 코스피 수준에 육박할 만큼 성장하는 중이다. 반도체 기업들의 성과가 워낙 압도적인 탓에 다른 업종의 성장이 가려져 보일 뿐, 시장 전반의 이익 창출 능력이 강화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빛나는 성적표 뒤에는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도 역력하다. 이른바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PI)는 이날 장중 55.60까지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대변했다. 지수가 4월 들어 이란 사태로 인한 낙폭을 순식간에 회복하고 6,500선마저 돌파하자,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매물 소화 과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6,000조 시대를 맞이한 K-증시가 단순한 유동성 파티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에 집중된 이익 구조의 다변화와 더불어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