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대전MBC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대전시의회가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추진되는 ‘345kV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건설 사업을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생존권 보호’ 차원의 결단으로 규정하고 고강도 검증에 나섰다. 시의회는 16일 임시회 본회의를 통해 해당 사업이 대전 북부권 주민들의 안전과 재산권을 일방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사업 시행 주체인 한국전력공사에 전면적인 노선 재검토와 보상 체계 개편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서해안 및 충남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실어 나르기 위한 ‘고압 송전탑’이 대전의 주요 주거 밀집 지역과 인접한 산림을 관통한다는 점이다.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신계룡-북천안 구간 중 대전 관내를 통과하는 선로가 주민들의 사전 동의 없이 환경영향평가 단계를 밟고 있다는 점을 집중 성토했다.
의회는 특히 송전선로 건설이 완료될 경우 발생하는 지가 하락과 전자파 유해성 논란이 시민들의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시의원은 “수도권의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 센터를 돌리기 위한 전기를 대전 시민의 앞마당을 희생하며 공급하라는 것은 지방 시대의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현재 한국전력공사는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의 시급성을 이유로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대전시는 물론 인근 자치구와의 긴밀한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시의회 조사 결과, 한전은 노선 선정 과정에서 지형적 편의성만을 고려했을 뿐, 대전시가 추진 중인 첨단 전략 산업 단지 예정지와의 간섭 문제 등은 심도 있게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관계 기관인 한국전력 측은 “국가 전력 수급 계획에 따라 불가피한 선택이며,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적절한 보상과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시의회는 단순한 현금 보상을 넘어선 ‘지중화(地中化) 100% 이행’이나 ‘노선 우회’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행정적 협조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대전시의회는 이번 임시회 기간 중 ‘송전선로 건설 대응 특별위원회’ 구성을 검토 중이다. 이는 단순히 민원 해결 차원이 아닌, 대전의 미래 도시 계획과 시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입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다.
특위가 구성될 경우 ▲환경영향평가서의 객관성 검증 ▲전자파 실태 조사 및 정보 공개 요구 ▲타 지자체와의 공동 대응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중앙 정부를 상대로 송전 설비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의 현실적 개정을 요구하는 대정부 건의안 채택도 병행한다.
시민 사회단체 역시 의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다. 대전 환경운동 관계자는 “에너지 정의 차원에서 볼 때 소비지 근거리 생산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거대 송전탑이 세워지는 지역에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현행 에너지 정책은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월 16일 임시회를 기점으로 촉발된 이번 송전선로 논란은 향후 대전시와 한국전력,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간의 3자 협의 과정에서 최대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대전시의회는 다음 달 예정된 현장 방문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전 사장과의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국가 기반 사업에 대해 이토록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그만큼 시민들의 생존권 위협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이번 사태가 단순히 대전만의 문제를 넘어 전국적인 송전선로 갈등 해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