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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선거 막판, ‘샤이보수’ 결집이 판세를 흔들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배경에는, 그동안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보수 유권자들의 집단적 움직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샤이보수’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지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다가, 선거가 임박해서야 표심을 드러내는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전화면접 등 실명 응답 방식의 여론조사에서는 답변을 회피하거나 무응답으로 일관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자동응답(ARS) 조사에서는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실제로 최근 한길리서치 ARS 조사에서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은 41.3%로, 같은 시기 전화면접 방식의 갤럽 조사(36%)보다 약 5%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보수층 내 김문수 후보 지지율 역시 ARS에서는 74.3%, 전화면접에서는 65%로 9%포인트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이는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저평가됐던 보수 표심이 선거 막판에 급격히 결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샤이보수 결집은 실제 판세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 20%포인트에 달하던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의 격차는 최근 일주일 사이 9%포인트까지 좁혀졌고, 일부 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합산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에서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뛰었고,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상승세가 포착됐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샤이보수 결집이 단순한 ‘막판 효과’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부동층 감소와 중도·연성 지지층의 이동까지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기간’에는 이들의 표심 변화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각 당이 이들을 겨냥한 막판 집중 유세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다만, 샤이보수의 비중이 전체 유권자의 10% 내외로 추정되는 만큼, 이들의 결집만으로 판세 전체를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실제로 보수층 결집이 두드러지더라도, 중도층과 무당층의 표심, 후보 단일화 여부 등 다른 변수와 결합해야만 대역전극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대선의 막판 변수는 ‘샤이보수’ 결집이 촉발한 보수 표심의 집단적 이동에 달려 있다. 침묵하던 유권자들의 선택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마지막 순간까지 판세의 방향은 예측불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숨어 있던 표심’의 힘이 실제 투표 결과에 어떻게 반영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