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국회 홈페이지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기획] “거짓말 해도 괜찮다?” 허위사실 공표죄 개정이 불러올 선거판 변화
말이 많은 시대다. 선거철이면 더하다. 정치인은 말로 싸우고, 말로 설득하며, 때로는 말로 속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 그 말이 ‘거짓’이라 해도 처벌받지 않는 길이 열렸다. 지난 5월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때문이다.
기존에는 선거 기간 중 후보자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면, 그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되면 형사처벌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허위 여부만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그 말이 후보자의 **'구체적인 행위'**에 대한 거짓이어야만 처벌 대상이 된다. 쉽게 말해, 행동에 대한 거짓말이면 유죄, 해석이나 주장에 대한 거짓말이면 무죄라는 식이다.
어떤 후보가 “나는 전과가 없다”고 말했다면, 실제로 전과가 있는 경우 이는 구체적인 사실, 즉 ‘행위’에 대한 거짓말이므로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상대 후보는 부패했다”거나 “내가 그 사업을 지시한 건 아니다”라는 말은 해석이나 주장으로 간주돼, 설령 실제와 달라도 형사처벌은 어렵다.
선거는 감정과 이미지, 인상이 중요하다. 유권자는 후보자의 한 마디, 한 문장을 통해 판단한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난 뒤 밝혀질지언정, 선거 결과에는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끼친다. 결국 “내 말은 의견이었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면책의 방패’가 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도 이 개정안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당시 성남시는 국토부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발언했다. 검찰은 이 발언이 허위라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국토부 요청을 받았는가’라는 행위가 아닌 ‘의도와 해석’의 문제로 전환되며 처벌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형벌법의 원칙은 명확해야 하고, 정치인의 발언 하나하나를 ‘거짓’이냐 ‘진실’이냐로 단죄하는 것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대법원 판례에서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기조는 반복돼 왔다.
하지만 유권자의 입장은 다르다. 정치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행위에 대한 것인지 주장인지, 그것을 법률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결국 정치인은 말의 무게를 가볍게 느끼고, 유권자는 말의 진위를 스스로 가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 법은 결국 정치인이 아닌 국민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선거판의 거짓말이 ‘정치적 수사’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받을 때, 우리는 진실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이제 필요한 건 단순한 법의 정비가 아니라, 정치의 책임감과 유권자의 감별력이다. 표현의 자유는 지켜야 하지만, 그것이 진실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