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YTN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지난 20일,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화재 참사의 첫 발인이 오늘(25일) 오전 엄수됐다. 짙게 깔린 적막 속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유가족들의 무거운 흐느낌이 문평동 산업단지 일대에 낮게 깔렸다. 14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번 화마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과 관리 부재가 빚어낸 구조적 비극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오전,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들을 시작으로 장례 절차가 진행됐다. 평소와 다름없이 성실하게 일터로 향했던 이들이 차가운 유골함에 담겨 돌아오는 현실 앞에 유가족들은 깊은 슬픔에 잠겨 말을 잇지 못했다. 대전시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현재까지 2,500여 명의 조문객이 다녀가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안전공업'이라는 공장 명칭이 무색하게 벌어진 대참사에 참담함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유가족은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땀 흘리던 이들이 왜 이런 처참한 결과를 마주해야 하느냐"며 허탈해했다. 이번 참사는 대전 지역사회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에 '노동의 존엄'과 '일터의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과제를 던지고 있다.
정치권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정 책임자로서 국민의 생명을 온전히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는 뜻을 전하며, 사고 원인에 대한 성역 없는 조사와 유가족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을 지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의 사후 대처가 매번 반복되는 형식적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산재예방 TF가 사고 현장을 긴급 점검하며 확인한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인명 피해를 극대화한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다름 아닌 '불법 복층 구조'였다. 공장 내부 공간을 임의로 확장해 만든 이 미로 같은 구조물은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의 신속한 배출을 막고, 노동자들의 생명줄과 같은 탈출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효율성을 앞세운 무분별한 증축이 결국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덫이 된 셈이다.
이번 대덕구 참사는그간 발생했던 대형 산업재해의 전형적인 경로를 따르고 있다. 법규를 교묘히 우회한 불법 건축, 형식적인 안전 점검, 그리고 사고가 터진 후에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약방문식 행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가 '안전공업'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와는 정반대로, 내부 안전 관리 체계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였다고 진단한다.
사고 당시 사선을 넘나들었던 생존자들은 화염보다 더한 공포가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폐쇄적인 공간 구조"였다고 증언한다. 부상자 60명 중 대다수가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과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입은 내외상적 상흔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무거운 숙제로 남게 됐다.
정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전국 산업단지 내 불법 건축물과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히 점검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권이 기업의 생산성과 이윤보다 최우선 가치로 존중받는 구조적인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불법 구조물을 방치하거나 묵인한 경영진에 대한 엄중한 사법 처벌과 함께, 관리 감독 책임을 방기한 행정 기관의 연대 책임을 묻는 '징벌적 책임제' 도입이 강력히 요구된다.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진정한 길은 화려한 영결식이 아니라, 다시는 이 땅의 노동자들이 무방비한 일터에서 스러지지 않도록 실질적인 법적·제도적 방벽을 세우는 것이다.
오늘 떠나보낸 희생자는 우리 사회의 안일함을 묻고 있다. 대덕구 문평동의 검은 연기는 서서히 걷히고 있지만, 유가족들의 가슴 속에 박힌 대못은 여전히 뽑히지 않은 채 우리 사회의 양심을 소리 없이 찌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참사를 뼈저린 교훈으로 삼아, 산업 현장의 안전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