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연합뉴스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당원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명분 아래 내부 권력 구조의 근간을 뒤흔드는 대수술에 착수했다. 최근 실시된 권리당원 투표 결과는 단순히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비중을 맞추는 행정적 절차를 넘어, 당내 주류 세력의 교체와 차기 대권을 향한 잠룡들의 사활을 건 투쟁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당 중앙위원회에서 거센 반발에 부딪혀 한차례 미뤄졌던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가 마침내 부활했다. 민주당이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116만 9,969명의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에서, 투표 참여자 중 85.3%라는 압도적인 찬성표가 쏟아진 것이다.
이로써 대의원 1명이 권리당원 20표 이상의 가치를 가졌던 과거의 구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당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는 기다렸다는 듯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내달 2~3일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라는 형식적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는 이제 민주당 내에서 공천권은 물론 당대표 선출까지 사실상 ‘강성 지지층’의 손에 완전히 넘겨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정청래 최고위원이 있다. 정 위원은 투표 결과 발표 직후 “당원의 압도적 뜻을 확인했다. 누구나 똑같은 1표를 행사해야 한다”며 ‘당원 주권 정당’으로의 이행을 선언했다. 그는 최근 팬미팅을 여는 등 당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친청(親정청래)’ 세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현상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연결해 해석한다. 이 대표의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친명계 내부에서도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고민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으며, 그 대안으로 당심 장악력이 월등한 정청래 위원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친명계 인사들이 정 위원과 손을 잡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전언은 민주당 내부의 ‘일극 체제’가 ‘명·청(이재명·정청래)’의 공존 혹은 경쟁 체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권력 이동이 가져올 ‘피바람’이다. 지난 22대 총선 당시 ‘비명횡사’ 논란으로 비이재명계 의원 70여 명이 공천에서 탈락하며 당을 떠나거나 고배를 마셨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이제 당권이 정청래 중심으로 재편되면, 그에게 줄을 서지 않는 인사들이 ‘비청횡사’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당내에 팽배하다.
지역구 공천이 당원 투표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 아래서, 중앙 당권을 쥔 주류 세력의 눈 밖에 난 후보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한 비청계 의원실 관계자는 “당원 중심이라는 명분은 좋지만, 결국 특정 계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만 살아남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벌써부터 지역구 관리가 아니라 중앙 당심 관리에만 매달리는 기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내부 정비는 외부 세력과의 통합 논의로 이어진다. 조승래 사무총장이 언급한 ‘2개월 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은 단순한 세 확장이 아니다. 이는 ‘문재인의 황태자’로 불리는 조국 대표의 지지 기반을 흡수하여 야권 통합 후보로서의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청래 위원이 최근 부산 전재수 의원과 조국 대표 등을 엮어 합당 카드를 적극적으로 꺼내 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조국 대표가 가진 상징성을 민주당 내로 끌어들여 친문계와 친조국계를 포섭하는 동시에, 합당 과정에서 자신의 당내 주도권을 공고히 하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조국 대표와 정청래 위원, 두 잠룡 사이의 ‘불편한 동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차기 대권이라는 단 하나의 고지를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표면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당에서 이제는 친청횡재 비청횡사당이 될 것”이라며 야권의 분열을 예리하게 파고들고 있다.
지방선거, 야권 권력 재편의 최종 심판대
민주당은 “당원 중심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혁신”이라고 자평하지만, 당내 계파 갈등의 뇌관은 이미 활성화됐다. 결국 모든 갈등의 향배는 다가올 지방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 선거 승리는 정청래 체제의 안착과 대권 가도의 발판이 되겠지만,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기색이 보인다면 억눌려 있던 비청계와 친명계 내부의 반발이 폭발하며 야권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질 수 있다.
정치권은 이제 1인 1표제가 불러올 나비효과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의 DNA가 바뀌느냐, 혹은 새로운 계파 갈등의 늪으로 빠지느냐. 그 갈림길에서 정청래와 조국, 그리고 이재명이라는 세 축의 거대한 수싸움이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