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9 (목)

  • 맑음동두천 -1.9℃
  • 맑음강릉 2.3℃
  • 맑음동해 2.2℃
  • 맑음서울 -1.1℃
  • 구름많음울릉도 -1.5℃
  • 맑음청주 0.0℃
  • 맑음대전 0.8℃
  • 맑음포항 3.9℃
  • 맑음대구 3.1℃
  • 맑음울산 3.4℃
  • 맑음광주 1.5℃
  • 맑음부산 5.3℃
  • 맑음고창 0.6℃
  • 구름많음제주 6.2℃
  • 구름조금서귀포 8.7℃
  • 맑음강화 -2.1℃
  • 맑음보은 0.2℃
  • 맑음천안 -1.1℃
  • 맑음보령 0.5℃
  • 구름조금강진군 3.0℃
  • 맑음경주시 3.1℃
  • 맑음거제 4.4℃
기상청 제공

경제/비즈

트럼프, 한국산 관세 25%로 ‘원상복귀’ 선언... “국회 입법 지연, 합의 불이행” 압박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와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지난해 한미 양국 정상이 어렵게 도출한 무역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로,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정치적 압박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입법부가 미국과의 위대한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등 주요 품목에 적용되는 모든 관세율을 기존 15%에서 25%로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이미 합의에 따라 관세를 인하했지만, 한국 국회는 아직도 협정을 승인하지 않았다”며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1월 한미 양국이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나온 것이다. 합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신뢰의 새로운 장”이라고 평가했으나, 불과 몇 주 만에 ‘원상복귀’ 결정을 내리며 자신 특유의 ‘거래 압박’ 전략을 다시 꺼내든 셈이다.

 

미국 측이 문제로 삼은 ‘입법 불이행’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계류 중인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가리킨다. 이 법은 미국 내에서의 한국 기업 대규모 투자에 세제·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작년 관세 인하의 핵심 전제 조건으로 명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 발언은 사실상 해당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라는 공개적 압박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즉각 긴급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새벽 긴급 회의를 열고, 국무조정실·외교부와 함께 대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 행정부 내에서 실제 인상 명령이 어떻게 내려질지 파악 중”이라며 “워싱턴 현지 공관과 협조해 교섭 창구를 신속히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기 수습을 위해 장관급 인사를 곧 워싱턴에 파견해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등과 긴급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산업계는 즉각 비상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충격이 크다. 한 완성차 업체 임원은 “작년 관세 완화로 생산과 수출 계획을 전면 조정했는데, 불과 두 달 만에 규정이 뒤집히면 손실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현지 투자 결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현대차와 기아 등 주요 제조사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수출선 조정과 물류 재계약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트럼프식 협상 압박’의 전형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소재 한 통상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 국회를 직접 겨냥해 여론을 거세게 압박하는 방식으로 협상력을 높여 왔다”며 “이번 발언 역시 협정 자체를 뒤집기보다는 입법 절차를 서두르게 만들려는 계산된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실제 행정명령이 발동될 경우, 한국 수출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관세가 즉시 인상될 때에는 자동차뿐 아니라 제약, 전자 부품, 목재 등 일부 품목의 수출 수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미 무역 규모 중 자동차가 차지한 비중은 약 18%로, 관세 10%p 인상은 연평균 40억 달러 이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추산도 제기된다.

 

정치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재선 국면에서 ‘보호무역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내 제조업 표심 확보를 노린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대통령의 게시글은 단순한 경제 조치가 아니라 정치 메시지의 성격이 짙다”며 “협정 재협상보다는 ‘미국 우선주의’를 유권자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전했다.

 

국회 산업위는 이번 주 내로 관련 법안 심사 일정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여야 모두 관세 충격이 커질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법안의 재정지원 조항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해 신속한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 의원은 “국내 산업 보호와 대미 외교 부담이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속도를 낼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태가 길어지면 자동 인상 절차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외교 채널을 통해 일정 부분 완화를 협의하는 한편, 국내 피해 최소화를 위한 별도 대책도 병행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복원’ 선언은 양국 무역관계의 불확실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불과 두 달 전까지 ‘동맹 협력의 새로운 전기’로 평가받던 합의가 다시 흔들리면서, 한미 경제 협력의 신뢰 기반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