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유튜브 보통의 경제학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2026년 벽두, 한국의 가계경제가 한파를 맞고 있다. 올해 들어 은행들이 중단했던 가계대출 영업을 재개하자마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7%를 넘어서면서, 가족 단위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말만 해도 4%대 초중반에 머물던 평균 금리가 불과 한 달 만에 3%포인트 이상 올랐다. 시장금리 상승, 가산금리 확대, 그리고 연말 한도 소진 여파가 맞물리며 대출금리 상단이 장벽 없이 치솟았다.금리의 급등은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다.
생활 곳곳의 지출 구조를 흔드는 실질적 충격이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원리금 상환액이 두 배로 불어나자, 가계는 가장 먼저 식비를 줄이고 외식을 끊었다. 주말이면 붐비던 소매점과 프랜차이즈 점포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빠지고 있다.
불경기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부담으로 돌아오면 소비심리는 더 깊이 움츠러든다.저소득층은 더욱 벼랑 끝에 서 있다. 필수생활비를 제외하면 남는 예산이 없어 사교육비나 문화생활은 사실상 사치가 된다.
중산층 가계는 자녀 교육비를 줄이고 의료비를 미루면서까지 이자 상환에 매달리는 상황이 이어진다. 주거비, 대출금, 생계비 세 가지 항목이 소득을 잠식하면서 사회 전반의 내수 온도가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이미 경제성장률에 직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다. 소비가 1%만 위축돼도 성장률은 0.5%포인트 안팎 감소한다. 금리 인상과 부채 상환 부담이 이어지면, 가계는 지출을 더 줄이고 기업은 투자 대신 현금 보유를 택한다. 다시 일자리가 줄고, 소득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가속화된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 억제 목적이었다고 설명하지만, 이자 부담으로 소비재 매출과 서비스업 고용이 줄면 체감경기는 오히려 냉각된다.
여기에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는 구조적 한계까지 겹쳤다. 물가 상승률보다 대출금리 상승폭이 빠르고, 변동금리를 선택한 차주 비율이 70%에 달해 시장금리 변동이 이자 부담으로 즉시 전이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금리충격에서 소비냉각으로 이어지는 전이구조’로 진단한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정책금리 인하만으로는 내수를 되살리기 어렵다.
결국 가계의 상환 여력을 직접 높여주는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첫 번째 대응책으로는 소득연동 상환제 도입 논의가 거론된다.
차주의 상환 부담을 소득 수준에 맞춰 조정하는 방식으로, 실질 상환 능력에 따라 월 상환액을 제한하는 제도다.
소득이 일정 기준 이하로 감소하면 상환액도 줄어드는 구조로, 금융 취약층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미국의 PAYE(Pay As You Earn) 모델처럼 월 상환액을 소득의 10% 안팎으로 제한할 경우 소비여력이 꾸준히 보전된다.
두 번째로는 현실적 소비 진작책이다. 단순한 현금살포형 부양책이 아니라, 소비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구조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예컨대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에 소비쿠폰을 지급하거나, 내구재 구입 시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는 방식이다.
가전제품·자동차 등 고가 내구재를 대상으로 한 한시적 세제 혜택은 소비심리를 직접 자극할 수 있다.세 번째 축은 지역경제 순환정책이다.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공동으로 지역경제활성화 펀드를 조성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저리 융자와 소비 바우처를 공급한다면, 침체된 골목상권에 현금 흐름이 되살아난다.
지역 소비를 통한 선순환이 자리 잡힐 때, 내수는 자연스럽게 회복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이 같은 대응 없이 주담대 금리 상승을 방치한다면 내수침체는 피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 진단이다.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취약성은 두드러진다. 미국은 금리 인하 전환과 함께 가계부채 비율이 GDP 대비 60%대 후반으로 낮아졌지만, 한국은 여전히 높은 부채 비중 속에서 금리 상승까지 겹쳐 있다.
한국형 부채 구조가 유지되는 한 금리충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지금의 과제는 명확하다. 금리를 직접 통제할 수 없다면 가계의 상환 구조를 정상화하고 소비 여력을 복원해야 한다. 가계의 부담을 줄여 소비가 살아나는 선순환을 복원하지 못하면, 성장률 목표 달성은 물론 고용 유지도 어려워진다.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다.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금리 인상기에 벌어진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가계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한국 경제 체질의 한계를 재확인한 경고음이다. 대출금리에 매달린 주거비 구조와 과도한 변동금리 의존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7% 금리 시대는 새로운 일상이 될 수 있다. 소비가 멈추면 경제도 멈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위적 경기부양이 아니라, 가계의 숨통을 트이게 만드는 근본적 정책전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