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채널A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말 대장동 개발 비리 1심 판결을 내린 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김만배 씨 등 핵심 인물들에게 선고된 추징금은 약 473억 원. 검찰이 처음 구형했던 7814억 원의 6%에 불과하다. 게다가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 금액조차 그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의 본질은 명확하다. “국가가 스스로 칼을 내려놓았다”는 지적이다. 피고인들은 항소했지만, 형사소송법상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 법원이 형량을 더 무겁게 바꿀 수 없다. 쉽게 말해, 1심보다 더 강한 처벌은 불가능해진 셈이다. 여당은 “이미 몰수보전된 자산 2000억 원대가 있어 피해 회복이 가능하다”고 밝히지만, 법조계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대장동 사건은 민간업자와 공공기관 간 유착, 그리고 막대한 이익 배분을 둘러싼 대표적 ‘토건 비리’로 분류된다. 검찰은 초기에 민간 사업자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 인사와 결탁해 사업 구조를 설계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일부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고, 배임 액수의 명확한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무죄로 봤다.
이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비판의 화살은 법무부로 향했다. 내부에서도 “범죄수익 환수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수사팀이 항소를 준비했음에도, 윗선에서 제동을 걸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강백신 검사는 내부 게시판에서 “천문학적 불법이익을 그대로 두는 건 정의에 반한다”고 공개 비판했다.
성남시는 즉각 반응했다. 신상진 시장은 “국가형벌권을 포기한 결정”이라며 법무부 장관 등 관련자를 고발하고, 몰수보전 중이던 2070억 원에 대해 가압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는 냉정하다. 추징금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는 이 금액을 늘리기 어려우며, 몰수보전 자금 역시 피고인들에게 돌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정부는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니 성남시가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소송은 1년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다. 형사 판결이 확정된 후 피해 입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민사소송만으로는 빠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남은 쟁점은 7800억 원 규모의 범죄이익 중 얼마를 실제로 돌려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미 추징금이 확정되고 항소 절차가 막힌 이상, 형사 절차를 통한 환수는 사실상 종결됐다. 몰수보전금만이 남은 셈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국가가 대형 부패 사건에서 스스로 싸움을 접은 사례는 이례적”이라며 “범죄수익 환수라는 공적 기능이 이번 결정으로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들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법 집행의 일관성이 무너지는 악순환”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항소 포기 결정’의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단순한 법률 판단을 넘어, 국가의 정의 감각이 어디까지 후퇴했는가를 묻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 “결국 이익은 민간에게, 손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오래된 구조가 또다시 반복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