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케티이미지뱅크
■ 취재배경
보험 소비자의 피해를 이야기할 때, 많은 경우 설계사를 ‘가해자’로 지목한다. 그러나 현장을 깊이 들여다보면, 설계사 또한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 압박을 받는 또 다른 피해자일 수 있다. 높은 이직률과 실적 경쟁, 불안정한 수익구조는 설계사들로 하여금 불완전판매라는 유혹에 내몰리게 한다. 이번 편에서는 ‘보험 영업의 최전선’에 서 있는 설계사의 현실을 살펴보고자 한다.
■ 설계사 이직률 60%… ‘떠나는 직업’의 현실
- 보험설계사의 평균 이직률은 업계에서도 악명 높다. 한 통계에 따르면 신규 설계사의 60% 이상이 1년 안에 회사를 떠난다.
- 안정적 급여가 아닌 성과급제 구조
- 매달 갱신되는 실적 압박
- 교육·지원 부족
이 복합적 요인이 설계사의 생존을 어렵게 만든다.
한 현직 설계사는 “3개월 실적이 없으면 조직에서 사실상 버티기 어렵다. 불완전판매라는 걸 알면서도 계약을 밀어붙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 실적 압박이 만든 도덕적 딜레마
보험사들은 매달 실적을 기준으로 설계사들을 줄 세운다. 이 과정에서 ‘계약 건수’가 곧 생계와 직결되면서 설계사들은 소비자의 필요보다 회사의 목표를 우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 필요 없는 특약을 권유
- 해지 가능성이 높은 계약을 무리하게 체결
- 고령자나 금융 취약계층에게 불리한 상품 권유
이런 행위가 불완전판매로 이어지고, 소비자의 피해는 결국 ‘보험사 책임’이 아니라 설계사 개인의 문제로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
■ 보험사–설계사 관계, 수직적 구조
- 설계사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보험사와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기에, 복지나 고용 안정망도 없다.
- 매출이 나지 않으면 바로 생계 타격
- 보험사 본사 입장에서는 ‘비용 없는 영업 인력’
- 설계사 개인만 책임을 지는 구조
이는 보험사의 ‘리스크 회피 구조’로 볼 수 있다. 본사는 이익은 취하되, 불완전판매 등 문제 발생 시 책임은 설계사 개인에게 떠넘긴다.
■ 전문가 의견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보험사 수익구조의 최전선에 있는 설계사들이 사실상 소모품처럼 소진되고 있다”며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소비자 피해와 설계사 피해가 동시에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맺음말
보험설계사는 소비자와 보험사를 연결하는 중요한 가교다. 그러나 현행 구조에서는 이들이 소비자를 위한 상담자가 아니라, 회사 실적을 위한 ‘판매자’로 몰리고 있다. 설계사의 현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소비자 피해 문제 역시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다음편 예고]
다음 6편에서는 ‘보험사의 수익구조 – 누가 진짜 이익을 챙기는가’를 심층 분석한다.
가디언뉴스 김태훈 기자 | 제보 news773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