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JTBC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대전시장 선거가 정책 대결이라는 본연의 취지보다 서로의 약점을 파고드는 ‘책임론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후보와 국민의힘 이장우 시장의 재대결이 성사되자마자, 양측은 상대방의 시정 운영 경험을 겨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며 초반 기세 싸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 선거의 독특한 지점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이다. 당시 2.39% 포인트 차이로 승패가 갈렸던 만큼, 이번 본선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아닌 이미 한 차례 평가를 마친 두 시정의 성적표가 다시 맞붙는 성격이 짙다. 이에 따라 양측은 상대의 아픈 과거와 불완전한 현재를 들춰내며 유권자의 심판을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후보가 직면한 가장 큰 약점은 그가 이끌었던 ‘민선 7기’의 기억이다. 민주당은 이번 경선에서 인지도가 높고 시정 경험이 풍부한 허 후보를 선택하며 본선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동시에 지난 4년 시정 전반에 대한 책임론을 다시금 떠안게 됐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이장우 시장은 후보 확정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민선 7기를 역대 최악의 시정으로 규정하며 허 후보에게 사죄와 참회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 역시 기자회견을 열어 민선 7기를 무능과 무기력, 무대책의 ‘3무(無) 시정’이라 비난하며 공세에 화력을 보탰다. 이는 허 후보 개인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동시에 선거 구도를 ‘과거 실패에 대한 평가전’으로 묶어두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장우 시장의 약점은 현재 진행 중인 ‘민선 8기’ 그 자체에 있다. 현직 시장으로서 시정 성과를 독점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그만큼 행정 과정에서 쌓인 시민들의 피로감과 불만 역시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허 후보는 후보 확정 소감에서 이 시장의 시정을 독선과 불통, 무능이 만연한 전횡으로 규정하며 반격에 나섰다. 특히 현시정 아래서 시민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민 주권의 회복’을 기치로 내걸었다. 이는 현직 시장이 가진 행정 프리미엄을 상쇄하기 위해 이 시장의 강한 추진력을 ‘독단’이라는 부정적 프레임으로 치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두 후보의 시각차는 지역 내 주요 현안에서 극명하게 엇갈린다. 대전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은 ‘0시 축제’가 대표적이다. 허 후보는 이를 예산 낭비와 실질적인 경제 효과가 불분명한 사례로 보고 당선 시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예고했다. 반면 이 시장은 원도심 상권 회복과 도시 브랜드 제고를 위한 핵심 동력으로 치켜세우며 예정된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무산된 대전·충남 행정통합 책임론도 뜨거운 감자다. 여권은 이 시장을 비롯한 지자체장들의 정치적 계산이 지역의 미래를 흔들었다고 비판하는 반면, 야권은 민주당의 법안이 실효성 없는 ‘빈껍데기’였다며 맞서고 있다. 이 논쟁은 단순한 정책 차이를 넘어 후보자의 리더십과 중앙정부와의 협상 능력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전시장 선거가 누가 더 나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느냐보다, 누가 상대의 과거와 현재를 더 설득력 있게 비판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쪽의 책임론이 시민들의 상식에 먼저 닿느냐에 따라 대전의 향후 4년 주인이 결정될 전망이다.
